(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B급 감성의 좀비물, 의외의 캐스팅
[좀비랜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든 좀비가 판을 치는(?) 영화입니다. 좀비라 하면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부두교에서 말하는 죽은자가 되살아난 '것'을 말합니다. 좀비인 상태는 살아 움직이기는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그것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바꿔 말하면 살아있다고 부르기도 뭐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죽어있는 상태는 더더욱 아닌지라 일명 '언데드'라고 불리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좀비 영화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리메이크하면서 더 유명해진 [새벽의 저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B급 호러물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거장 조지 앤드류 로메로 감독도 이미 국내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이, 조지 로메로 감독은 이쪽에서는 대부이자 선구자입니다. 지금은 상업영화로 크게 성공한 피터 잭슨 감독도 사실 B급 감성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죠.
[좀비랜드]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는 아닙니다. 루벤 플레이셔 라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감독의 영화입니다. 아직까지 알려진 작품은 서너개밖에 되지 않고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비랜드]의 캐스팅은 B급영화치고는 꽤 비싼 캐스팅입니다. 경험많은 배우이자 국내에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으로 잘 알려진 배우 우디 해럴슨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와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시 아이젠버그도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이지A],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국내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엠마 스톤이 여주인공입니다.
사실 영화 [좀비랜드]는 2009년작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디 해럴슨을 제외하고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은 각각 영화 [소셜네트워크] 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얼굴을 알리기 전에 이 [좀비랜드]에 캐스팅 된 것이죠. 그래서 어찌보면 지금 이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면 캐스팅이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 모두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몸값이 상당할테니까요.
유쾌한 좀비영화, 화려한 B급 비주얼
여타 좀비물들과는 달리 [좀비랜드]는 시작부터 좀 느낌이 다릅니다. 그냥 나왔다 사라질 자막들인데 화면과 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화면의 움직임에 따라 자막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뭔가 신선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접할 법 한 자막들이 나옵니다. 영화라는 특성상 당연히 예능보다는 퀄리티가 높습니다. 시작부터 '나는 일반적인 좀비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좀비영화의 공식을 상속한 코미디물
좀비물에는 불문율처럼 따라다니는 공식들이 있습니다. '헤드샷=킬' 이라는 공식이 대표적입니다. 몸의 다른 곳에 총을 맞고도 멀쩡히 걸어다니는 '것'들이 좀비들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좀비물의 그러한 공식들을 잘 계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야기의 전개 방향은 좀 다릅니다. 일반적인 좀비 영화들은 생존자들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과 그 과정에서의 스릴, 공포 등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시원한 액션이 가미되면서 완성되고는 하죠. 그런데 [좀비랜드]는 좀 다릅니다. 생존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극중 '위치타(엠마 스톤 분)'와 '리틀 락(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은 심지어 놀이공원이 목적지입니다.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그 어딘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갑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죽음의 위협은 커녕 유유히 좀비들을 사냥하고 다닙니다.
[좀비랜드]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논하거나 그 뒤에 숨겨진 면면을 살펴보아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저 별 생각없이 재미있게 즐기기만을 바라고 만든 영화라고 보는 편이 맞는 해석일 것 같습니다. 감독의 의도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좀비랜드]에는 엄청난 화력의 무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좀비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큰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유쾌함입니다.
[좀비랜드]에서는 생존을 위해 좀비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트윙키'라는 과자를 찾으러 간다거나, 나무 다듬는 가위를 들고 '위에만 좀 쳐줄게' 라고 농을 던지며 좀비를 다듬어 주기도(?) 합니다. [좀비랜드]에서의 좀비는 무서운 존재, 걸리면 죽는다의 느낌이 아니라 '길 가다 거치면 밟고 지나가는 존재' 정도의 느낌이 다분합니다. 지금까지의 좀비물에서 좀비들을 워낙 무섭고 질긴, 걸렸다 하면 죽는 존재로 묘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좀비랜드]에서는 좀비라는 존재가 유흥거리 정도의 느낌입니다. 이쯤되면 '저런 상황이 되면 재밌겠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쾌함을 누리기만 하면 그것뿐
좀비를 죽이면 '아 살았다'의 느낌이 아니라 '참 잘했어요'의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종일관 [좀비랜드]에는 위트와 유머가 넘칩니다. 우디 해럴슨의 이미지도 한 몫 하지만, 어리버리한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의 모습에서도, 열두살짜리 '리틀 락'이 좀비를 죽이는 모습에서도 장난끼가 넘칩니다.
[좀비랜드]는 기존의 좀비물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합니다. 극의 스토리가 개연성이 있었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았겠지만, 감독의 의도 자체도 그런 것을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짜임새있는 스토리나 작품성을 의도했다면 애초에 이런 느낌으로 만들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생각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B급 좀비 코미디를 표방합니다.
깨알같은 재미요소로, 빌 머레이가 등장합니다. 네, 그 빌 머레이가 맞습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시리즈의 빌 머레이입니다. 최근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출연하기도 했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죠. 빌 머레이는 살아남기 위해 좀비 분장을 한 자기 자신 역으로 등장합니다. [고스트 버스터즈]같은 옛 작품들의 오마쥬를 선보이며 깨알같은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극 초반에는 최근 영화 [쓰리 데이즈 투 킬]에서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합을 맞추었던 배우 엠버 허드도 잠시 등장합니다.
심오함같은 것들은 잊고 무난하게 시간을 때우면서 영화 한 편을 즐기고 싶다면, 단연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좀비영화의 특성상 다소 거북한 장면들도 조금은 등장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으시면 굳이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우디 해럴슨의 능청맞은 연기와 제시 아이젠버그의 늘 봐도 어리버리한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만약 빌 머레이를 추억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재미있는 선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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