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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영화

[리뷰]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타락한 늑대 이야기(한글자막 첨부)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월가의 타락한 늑대들을 조명하다

 제목 그대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2013)은 '월가의 늑대' 라고 직역해도 무방합니다. 이 '늑대'라는 표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초적인 의미에서의 남성을 상징합니다. 월스트리트는 말 그대로 미국 증권계의 노른자인 월가를 의미하는 단어죠. 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영화의 제목은 극중에서 그 유래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즉 남성이라는 사실이 '월가의 늑대'라는 제목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단지 남자이기 때문에 '늑대'로 표현된 것은 아닙니다. '늑대'라는 이미지에 남성적 이미지가 좀 더 어울릴 뿐이죠. 이 '늑대'는 다른 사람들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늑대'이기도 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시종일관 문란합니다. 우회적 표현으로서의 문란함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 문란합니다. 시종일관 마약, 돈,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화면을 가득 메웁니다. 잠시 쉴틈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마약을 하고 있는 '조던'과 그 무리들을 만나게 되고, 조용한가 싶으면 창녀가 등장하며, 돈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캐릭터도, 어느 한 장면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타락한 세계의 타락한 군상들이 170분가량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화려함과 문란함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어느새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다 지나고 맙니다.

 

 

 이 영화는 언뜻 추잡하고 냄새나는 장면만 계속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감독이 누구인지 알고나면 이 영화에 더 깊은 면면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입니다.

 

 

노장 스콜세지의 건재함, 그리고 그의 페르소나 디카프리오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는 헐리우드에서 공인된 노장 감독입니다. 1942년생인 그는 한국나이로 70세를 훌쩍 넘은 나이지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그가 가진 에너지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현역 감독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였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감독상, 깐느영화제 감독상, 영국아카데미 작품상,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콜세지는 주로 뒷골목의 어둡고 폭력적인 군상들을 조명한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는데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그의 이러한 작품성향이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디카프리오의 데뷔 당시에는 잘생긴 외모가 그의 연기력을 깎아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지금의 디카프리오는 정말 말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멋진 연기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맡은 배역이 억만장자라면 그는 억만장자가 되고, 맡은 배역이 정신병자라면 그는 정신병자가 됩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에서의 풋풋하고 곱상하던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도 지금의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함께했던 영화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등에서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다양한 장면에서 변화무쌍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극중 '조던 벨포트'가 마약때문에 몸이 반쯤 마비되어 땅을 기어다니는 장면은 정말 일품입니다. 장면은 유머러스하지만 그의 연기는 재미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훌륭합니다.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오래전 로버트 드 니로 였다면, 지금 감독의 페르소나는 디카프리오입니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애초에 디카프리오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도 디카프리오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려운 배역이니까요.

 디카프리오에 관해서는 지난 [위대한 개츠비]리뷰에서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바 있습니다.

 2014/04/22 - [영화] - [리뷰] 위대한 개츠비,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타락한 늑대들과 무지한 양들의 만남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입니다. 계속 몰아치는 장면들은 하나의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영화 내내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조던 벨포트'라는 남자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타락한 성공을 거머쥐었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의 삶이 얼마나 문란하고 화려했는지도 보여줍니다. 극중 '조던'은 평범한 주식중개회사의 사원으로 입사하지만, 미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가 폭락 사태였던 '검은 월요일'을 겪고 직장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죠. 그 기회를 거머쥔 그는 몇년사이에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불법들을 '고의적으로' 저지릅니다. 타락한 거죠. 그리고는 FBI의 추적 대상이 되고, 결국 몰락하고 맙니다.

 '조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몰락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주식을 팔면서 최고로 가능성 있는 주식이라고 속이기도 하고,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주식을 살 것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친절한 목소리로 주식구매를 유도하면서 전화기 너머의 사람을 제스처로 조롱합니다.

 사람들을 속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면 됩니다. 주식에 대해 무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습니다. 이것은 '조던'의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일푼에서 엄청난 부자로 성장한 '조던'이 '부자가 되자'라고 외칠 때, 그를 바라보는 회사 직원들은 광신도에 가깝습니다. '조던'의 연설을 듣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사이비 종교의 종교집회를 보는 것과 같이 열광적이고 맹목적입니다.

 

 

 

돈에 미친 사람들, 돈에 미친 세상

 영화는 시종일관 돈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을 조명합니다. 돈을 벌고자 '조던'의 밑에 들어오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조던'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돈을 벌어보려고 광적으로 그를 신봉하는 직원들, 그리고 달콤한 말에 속아 대출받은 돈으로 주식을 사는 고객들까지. 그들은 모두 돈에 눈이 멀어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다 제껴두고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 과제이자 목표입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스콜세지 감독은 '조던'과 그의 직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물질만능주의로 가득한 이 세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마약, 섹스에 중독된 그들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부자가 되자' 라는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과정이라면 범법행위도 마다하지 않고, 쌓아둔 돈은 마약과 섹스에 쏟아붓습니다. 돈으로 마약을 사고 사람을 사는 세상,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습니다.

 

 

 

 

 

화려하지만 우울한 현대의 초상

 스콜세지 감독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속의 미친 세상을 더욱 에너지 넘치고 화려하게 묘사합니다. 이 미친 세상에 대한 묘사가 에너지 넘치고 화려할수록, 그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움도 더 강하게 대비됩니다. 극 후반에 몰락하는 '조던'의 모습을 묘사할 때는 신나는 음악도, 화려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조용하게 '조던'의 몰락과 그의 상실감을 표현할 뿐입니다. 마지막 발버둥도 결국은 무산됩니다. 스콜세지 감독은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던 영상을 종반부에 건조하고 느리게 표현하면서 물질만능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강하게 대비시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조던 벨포트'는, 새로운 일을 찾아냅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세일즈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죠. 역시 관중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 마디면 됩니다. "부자가 되고싶나요?"라는 한 마디죠. 그리고 그는 관중에게 펜 하나를 건네며 질문합니다. '이 펜을 나에게 팔아보라' 고 말입니다. 

 '조던'은 단지 실화속 사기꾼이기에 중요한 인물이 아닙니다. 스콜세지 감독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통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바로 천민자본주의입니다. '조던 벨포트'는 소위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삐뚤어진 사고 그 자체입니다. 아니, 정승같이 쓰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죠. '조던'은 개같이 벌어서 개처럼 쓰는 것이 전부인, 돈이 모든 상위가치를 잠식해버린 암울한 현대사회의 초상인 것입니다.

 누군가는 '조던'의 삶을 부러워할수도, 누군가는 증오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조던'을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이야기 속의 '월스트리트'와 소름끼치게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문란해지지만 그 뒷면에는 물질만능주의와 그 어두운 면면이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늑대'가 될 수도, 혹은 '늑대'에게 사기를 당하는 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든 돈에 미쳐있기는 마찬가지인거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팬이라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한글자막 첨부합니다. 자막은 원작자의 자막을 수정없이 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The.Wolf.Of.Wall.Street.2013.720p.BluRay.DTS.x264-PublicHD.s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