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조드린대로 이번 포스트에서는 셔터속도와 조리개의 관계를 예제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셔터속도는 무엇이며, 조리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셔터속도와 조리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어떻게 활용할지도 알 수 있겠죠?
* 셔터(셔터막)란
셔터(shutter), 셔터막이란 SLR카메라의 가장 핵심적인 장치 중의 하나로, 아래 단면도에서 볼 수 있듯이 렌즈와 센서 사이에 있는 장치입니다.
* 셔터속도, 셔터의 역할
셔터속도(shutter speed)란 말 그대로 셔터의 속도를 뜻하는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면 카메라의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속도를 말합니다. 카메라는 셔터를 항상 닫은 상태로 유지하다가 셔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게 됩니다. 이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짧은 순간 동안에 필름(센서)에 상이 맺히게 되는 거죠. 간단히 말해서 셔터의 역할은 필름(센서)로 빛이 계속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원하는 순간에만 상이 맺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 실제 사진에서의 셔터
실제로 사진을 찍을 때, 셔터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여기에 적용할 관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셔터속도와 사진의 밝기, 사진의 흔들림 사이의 관계인데요,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순간이 상이 맺히는 순간이라고 앞서 말씁드렸습니다. 그럼, 셔터속도와 사진의 밝기의 관계는 어떠할까요? 셔터가 0.1초동안 열려있을 때 들어오는 빛의 양을 A라고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0.5초동안 들어오는 빛의 양은 얼마일까요? 구할 값을 X라고 치고 계산해보겠습니다.
0.1 : A = 0.5 : X
0.5 * A = 0.1X
0.5 / 0.1 * A = X
5A = X
뭐... 적기는 했습니다만, 직관적으로 이해하는게 더 빠르겠죠. 시간이 5배니까 들어오는 빛의 양은 당연히 5배입니다. 다시 말해서, 셔터속도가 느려질수록 단위시간이 길어지므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비례해서 늘어나게 되겠죠. 앞서 제가 셔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상(빛)이 필름(센서)에 맻히게 된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들어오는 빛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 사진의 밝기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밝아지겠죠. 따라서, 셔터속도를 늦출수록 사진은 밝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제를 한 번 봅시다.
<예제 1, 셔터스피드와 입사광량>
DSLR Nikon D50, Nikkor 50mm 1.8 DSLR Nikon D50, Nikkor 50mm 1.8
1/30sec, F1.8, ISO100 1/60sec, F1.8, ISO100
예제를 보면, 1/30초 쪽이 훨씬 사진이 밝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셔터스피드를 제외한 다른 셋팅은 동일한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뒤쪽의 초록/보라색 빛은 깜빡거리는 전등이라서 오른쪽 사진에는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셔터속도를 늦출 경우에는 사진이 밝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셔터속도를 빠르게 할 경우에는 사진이 어두워지는 것이 당연하겠죠.
실제 사진에 셔터속도를 적용 해 봅시다. 주변이 어두운 상황이라면 셔터속도를 늦추어서 사진의 밝기를 밝게 만드는 연출이 가능하겠죠? 반대로 주변이 아주 밝은 상황이라면 셔터속도를 빠르게 하여서 사진의 밝기를 감소시키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셔터속도를 통해서 사진의 밝기를 이렇게 조절 가능합니다.
다음은 셔터속도와 사진의 흔들림 사이의 관계입니다. 이 부분 역시 간단합니다. 셔터가 느릴 때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셔터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셔터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열려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봅시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밝게 찍고자 셔터속도를 3초로 두고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요?
<예제 2, 셔터속도와 사진의 흔들림>
Nikon EM, Nikkor 50mm F1.8, Fuji REALA 100
3sec, F1.8
극단적인 예지만, 이런 사진이 나오게 됩니다. 3초동안 셔터가 열려있었으므로 셔터가 열려있던 3초동안 사진기를 마구 흔들어 준 사진입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겠죠. 그렇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자동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마구 흔들려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경우가 바로 이렇게 셔터스피드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자동모드의 경우 주변의 광량을 측정해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는 사진의 밝기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셔터속도를 늦추게 되고, 따라서 위와 같이 흔들린 사진을 촬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정리해봅시다. 셔터스피드는 사진에 두 가지 영향을 미칩니다. 흔들리느냐 흔들리지 않느냐가 그 첫번째이며, 두번째는 밝거나 어둡거나 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셔터속도의 절대값에 영향을 받는 것이지만 밝다 어둡다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셔터속도의 변화에 따라 사진의 밝기가 변한다는 의미이므로,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조리개, 조리개의 역할
조리개란, 카메라의 렌즈에 포함된 장치로, 피사계심도에 영향을 주며, 사진의 밝기와 화질에도 영향을 주는 렌즈의 핵심적 장치 중 하나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Nikkor 50mm F1.8 Lens입니다.
출처:google image search
*실제 사진에서의 조리개
조리개가 조절 가능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계시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정작 조리개를 조절할 때 조리개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모르시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친절하게 사진을 첨부합니다 :)
출처: google image search
사진 덕분에 설명이 좀 더 쉽겠군요. 위 사진에서 보시듯이, 조리개값(F값)이 커질수록 조리개의 구멍이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앞에서 조리개의 역할을 설명드렸었는데, 사진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고 봅니다. 간단히 정리해드리자면, 조리개값이 높아지면(조리개를 조여주면) 사진이 어두워지게 되고, 조리개값이 낮아지게 되면(조리개를 열어주면) 사진이 밝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 조리개는 사진 촬영 시 피사계 심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은 자세히 설명하게 되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조리개값이 낮을수록 피사계심도가 얕아지고, 소위 말하는 '아웃포커싱이 잘 된' 사진이 나옵니다. 반대로 조리개값이 높을수록 피사계심도는 깊어지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초점이 맞게 됩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네요.
<예제3-1, 조리개값과 피사계심도>
Nikon EM, Nikkor 50mm F1.8, Kodak Colorplus100
1/60sec, F8
위 사진은 눈발이 날리는 모양을 전 영역에 걸쳐서 표현하고자 조리개를 조여준(F값을 높여준) 사진입니다. 보시다시피 길 건너편에 보이는 Tous Les Jours와 Paris Baguette의 간판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다른말로 '뭉개지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조리개를 조여주어서 피사계 심도를 깊어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피사계심도가 깊어지면서 초점범위가 넓어지고, 따라서 대부분의 영역에서 초점이 맞게 됩니다.
<예제3-2, 조리개값과 피사계심도>
Nikon EM, Nikkor 50mm F1.8, Kodak Gold100
1/150 sec, F1.8
위의 사진은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한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물론 위의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조리개값에 따른 피사계심도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사진으로 보입니다. 예제 3-1에서 보이는 길 건너의 간판처럼 배경이 선명한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아웃포커싱' 효과가 적용되어 피사체인 카메라의 후방부터 랩탑 컴퓨터와 가구까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급격하게 '뭉개지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피사계심도가 얕아서 초점범위가 좁아지는 것입니다. 조리개값을 낮춰주면, 다시말해 조리개를 열어주면 열어줄수록 이와 같은 '아웃포커싱' 효과가 더욱 극명해지게 됩니다.
네, 위에서 보셨듯이 조리개는 단지 빛의 양을 조절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빛의 양을 조절함과 동시에 파사계심도에 영향을 끼치며, 이 피사계심도는 사진의 표현력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웃포커싱에 목을 매는 유저라면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그렇다면, 아웃포커싱도 잘되고 밝기도 밝은 이 낮은 조리개값이야말로 최상의 사진을 위한 완벽한 조건일까요? 답은 '아니오' 입니다. 조리개의 최대개방은 밝은 사진, 피사체를 강조하는 뒷배경 뭉개짐 효과 등 일반 유저들이 보기에는 매우 멋진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조리개 최대개방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질입니다.
대부분의 렌즈(모든 렌즈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표현일 듯 합니다)는 화질과 선예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조리개값이 있습니다. 이것은 MTF차트라고 불리우는 렌즈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으며, 초보자의 경우라도 포털사이트의 카메라(렌즈) 리뷰에서 확인이 가능하므로 따로 첨부하지 않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렌즈는 F5.6 - F8 사이에서 최고의 해상력(화질)과 선예도(샤프니스)를 보이는데, 이것은 아웃포커싱과 밝은 밝기의 이상적인 영역과는 거리가 좀 멀다고 하겠습니다. 최상의 선예도와 해상력을 요하는 풍경사진과 같은 사진의 조리개값이 대부분 5.6에서 8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이러한 렌즈의 기술적 특징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와같이 사진 한 장이 형성되기 까지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사진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게 촬영하기 위해서 렌즈의 조리개값을 최대한 낮춰주고, 최대의 해상력과 선예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조리개값을 5.6 이상으로 높여주는 등의 사항들을 고려하면 됩니다.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셋팅이란 바로 이런 모든 사항들을 고려해서 자신이 의도하는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ISO란
하지만, 디지털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럼 ISO는?' ISO란 International Standards Organization의 약자로 국제 표준화 규격을 의미합니다. 국제 표준화된 규격이라는 의미쯤이 되겠네요. 아무튼 ISO값의 변화는 사진의 밝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광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셔터스피드를 더이상 느리게 하면 사진이 흔들릴 것 같고, 조리개는 더 이상 열어줄 수 없고, 게다가 플래시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ISO값을 올려주게 됩니다. ISO값이라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마다 상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평가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ISO값이 올라갈수록 사진이 밝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이 조금 어둡다고 ISO값을 함부로 올려서는 안되는 이유, 즉 셔터스피드와 조리개값이 더이상 사진을 밝게 할 수 없을 때에 올려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노이즈에 있습니다.
ISO값을 무리하게 올려주면('무리하게'의 기준은 제조사마다 다릅니다), 사진에 빨갛고 파랗고 초록인 작은 점들이 사진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로 사진에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노이즈라고 부르며 이 노이즈는 ISO값이 높아질수록 심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 ISO라는 녀석은 모든 셋팅의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주어야 하는 녀석입니다. 필름시절에는 ISO가 높아질수록 거친 입자와 그레인 현상이 나타났는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이 그레인과 거친 입자는 컬러 노이즈라는 녀석으로 변장해서 나타나게 됩니다. ISO값에 따른 노이즈 정도는 각 포털의 리뷰를 참고하시면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SO라는 이 양날의 검은, 사진을 밝게 만들어 주면서 자글자글한 노이즈를 선사해 주는 것입니다. 뭐 이 노이즈가 좋다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사진의 퀄리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사랑하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
<예제 4-1, 필름 그레인>
Kodak Ultramax 400
<예제 4-2, 디지털 카메라의 컬러 노이즈>
Ricoh Caplio GX100, ISO800
지금까지 한번에 익히기엔 조금 많은듯한 사진과 카메라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와같은 카메라의 기능들을 알고 수동촬영에 임한다면, 재미있는 사진들을 많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야경, 불꽃놀이, 눈밭, 인물 등 다양한 피사체와 다양한 장면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해 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감성이 아닐까요 :)
자 이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서세요. 주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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