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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영화

본 레거시, 새로운 본 시리즈를 위한 예고편

본(Bourne)레거시?

 본 레거시 Bourne Legacy, [본 레거시]라는 제목,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제목입니다. 이전에도 [본 레거시] 같은 류의 영화제목이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을텐데요. 사실 [본 레거시]라는 영화의 제목은 삼부작 본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본' 과 같이 극중 맷 데이먼의 역할인 '제이슨 본' 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제목입니다. 2002년, 2004년, 2007년에 각 개봉한 본 시리즈는 여러 영화 팬들을 열광시켰죠. 본 시리즈는 로버트 러들럼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한 첩보 스릴러(혹은 액션)물입니다.

 이쯤에서 본 시리즈의 주연, 맷 데이먼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사실 맷 데이먼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대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굿 윌 헌팅] 으로 유명해진 배우입니다. 사실 하버드 출신의 이 영리한 배우는 영화 [굿 윌 헌팅]의 각본을 하버드 재학 시절 수업시간에 과제로 제출했던 초고에 기반해서 직접 썼다고 합니다. 본 시리즈 이전의 그는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보여주었던 정적인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죠. 그러나 본 시리즈에서 그는 아주 유려하거나 '후까시' 넘치는 액션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생존을 위한, 아주 본능적인 격투장면들로 보다 담백한 액션을 선사했다고 하겠습니다.[본 레거시]에 등장하는 배우들

 다시 본 레거시로 돌아가 보죠.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 삼부작 시리즈와는 달리, 본 레거시는 제레미 레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영화 [어벤져스]에서 '호크아이' 역을 맡았던 제레미 레너를 처음 보는 분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벤져스] 이전에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에서 윌리엄 브랜트 역을 맡기도 했었죠. 제레미 레너는 액션영화에 이미 많이 출연한 전적(?)이 있는 배우입니다. 사실 제레미 레너가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영화는 어쩌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중 '제임스 중사'역을 아주 제대로 소화했다는 언론의 호평을 받게 되면서 연기력 면에서 더 인정받게 되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개인적으로 제레미 레너라는 인물의 캐스팅은 앞으로 살펴볼 [본 레거시]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레미 레너 뿐 아니라 영화 [미이라] 1, 2편으로 유명한 배우 레이첼 웨이즈(마르타 셰링 역), 영화 [파이트클럽],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릭 바이어 역)도 본 레거시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미 헐리우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네요. 




시리즈의 4편, 예습이 필요한가

 사실 이전의 본 시리즈를 미리 예습하고 [본 레거시]를 볼 필요까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약간의 참고정도만 하면 충분히 영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트레드스톤' 이나 '블랙브라이어'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본 얼티메이텀]에서 '제이슨 본'을 쫓아 제거하려고 애쓰던 CIA의 상부인사 노아 보슨(데이빗 스트라탄 분)과 본을 돕던 파멜라 랜디(조안 앨런 분)가 중간중간 등장하며, 기자 사이먼 로스(패디 콘사이딘 분)의 죽음 장면도 갑자기 등장합니다.

 '트레드스톤'이란 '제이슨 본'이 소속되어 있던 비밀조직의 이름이고, '블랙브라이어' 역시 비밀프로그램으로, 둘 다 CIA의 극비 프로그램입니다. 뒤가 구린 프로그램이죠. 그리고 '노아 보슨'은 '블랙브라이어'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전작 [본 얼티메이텀]의 엔딩에서 '청문회 준비나 하라'는 파멜라 랜디의 말을 듣는 당사자죠. [본 레거시]에서는 그가 청문회를 당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파멜라 랜디'는 CIA의 부국장이고, 전작에서 블랙브라이어 및 트레드스톤에 관한 정보를 폭로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조사를 받게 되는 장면이 [본 레거시]에 등장하죠. 니키 파슨스나 제이슨 본은 내용 이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정도만 이해해도 [본 레거시]를 이해하는데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스토리의 개연성, 조금은 부족?

 시작하는 화면은,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장면, 즉 '제이슨 본'이 강에서 헤엄치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이 장면은 실제로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속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겠네요. 

 극의 시간적 배경은 [본 얼티메이텀]과 거의 같은 시간대입니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CIA의 두 프로젝트 '블랙브라이어' 및 '트레드스톤'을 폭로하려던 기자 사이먼 로스가 암살당하고, 이후 제이슨 본이 뉴욕에 나타나며, 그가 모든 정보를 넘겨 두 프로젝트가 폭로되고, '블랙브라이어'프로젝트의 책임자 노아 보슨은 청문회에 나가 진땀을 빼고 있으며, 이 두 프로젝트를 폭로한 당사자 파멜라 랜디 역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트레드스톤'과 '제이슨 본' 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도합니다. 그러자 다른 비밀 프로젝트 -더 뒤가 구린- 들이 함께 노출될 위기에 처하게 되죠. 이 시점에서 릭 바이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릭 바이어(에드워드 노튼 분)는 CIA의 프로젝트 '블랙브라이어', '트레드스톤', '아웃컴', 'LARX' 등 여러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로 묘사됩니다. 극중에서 모든 프로젝트의 증거를 인멸하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증거 인멸 작전을 주도하는 인물입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쪽 축이라고 하면 맞겠네요. 여하튼 바이어는 다른 프로젝트가 함께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프로젝트의 증거를 인멸하려 합니다. 그에 대부분의 증거 -대부분이 프로젝트에 속한 요원들-가 제거됩니다. 그 중 살아남는 인물이 바로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 분)입니다. 

 [본 얼티메이텀]에 살짝 다리를 걸쳐 놓은 듯 한 초반 상황설정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상황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초반부가 전작에 의지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새로운 본 시리즈의 서막임에도 배경설정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오히려 '제이슨 본'이나 '닉키 파슨스'를 등장시키는 방법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그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몫이니 넘어가도록 하죠.




'제레미 레너'라는 배우, '애론 크로스'라는 역할

 개인적인 평은 '걸출하다'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영화 내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몸을 사리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 [허트 로커] 에서 보여주었던 것 처럼 내면연기에도 충실하죠. 물론 연기력이야 제가 평가할 부분은 아닙니다만, 느끼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전작의 '제이슨 본' 보다 비주얼에서 좀 더 첩보원같이 생겼습니다. 몸도 '제이슨 본'에 비해 조금 더 좋은 느낌입니다. 자꾸 본과 비교해서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시리즈의 4부를 자처한 만큼, 자꾸 본과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제레미 레너는 '애론 크로스' 역할에 아주 딱 맞는 배우라는 사실입니다. 설산을 가로질러 접선지까지 달려가는 모습도, 살아남아 늑대에게 추적기를 물려 CIA의 추적을 피하는 모습도, 격투씬과 액션씬 모두 괴리감이 전혀 들지 않는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어 극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레이첼 웨이즈' 그녀의 역할

 [콘스탄틴]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전형적인 액션영화의 여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실제로 그런 캐릭터를 잘 연기해주고 있습니다. '마르타 셰링' 박사는 아주아주아주 순수한 과학을 사랑하는 과학자로, 자신이 어떤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듯 보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과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잘 알지만, 실제로 그 뒤에 어떤 구린 내용들이 있는지까지는 모르는 것이죠. 그녀의 연구가 '아웃컴' 깊숙히까지 포함된 연유로 그녀 역시 죽음의 위기에 봉착하지만, '애런 크로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이후 애런을 도와 함께 도망다니게 되죠. 그녀는 아름다운 미모를 과시하며 전형적인 액션영화의 여주인공 캐릭터로 꽤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 '마르타 셰링' 박사는 극 중반에 '아웃컴' 프로젝트에 속한 요원들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곁들이면서, 배경설정에 한 몫을 담당합니다. 극 후반에 'Aaron run!!!' 이라는 강렬한 대사를 날리면서 선방하기도 하죠.





후속작을 위한 '밑밥'

 극중에서 애론 크로스와 릭 바이어는 깊은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극 중반에 릭 바이어의 회상장면에 애론이 등장합니다. 작전 수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두 캐릭터의 대화에서 그들의 관계와 릭 바이어의 속성을 어느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애론 크로스는 작전 중 민간인(혹은 동료)의 죽음에 죄책감 및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에 대해 릭 바이어는 '도덕적 문제는 우리가 다 떠안고 대의를 수행하는 것이다'라는 대사로 그가 대의를 위해 작은 것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애론과 릭의 관계는 후속작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이왕 전작 [본 얼티메이텀]을 울궈먹은 참에, 후속작에서도 계속적인 연계가 이루어지고, 실제 '제이슨 본'과의 조우하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면 정말 새로운 본시리즈가 더욱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본' 의 '레거시(Legacy, 유산)'가 되겠네요.




그저 그런 액션은 사절합니다

 극의 초반부가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다면, 반면에 정말 좋은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특별히 오토바이 추격장면이나, 좁은 골목길로 날아드는 애론의 액션씬은 이 영화에서 꼭 집중해서 보아야 할 멋진 장면임이 분명합니다. [본 레거시]에 대한 안좋은 평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후까시'를 덜어낸 특유의 담백한 액션들이 영화의 재미와 집중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봅니다. 헐리우드 액션들에서 보여주는 대로변 대형차량 추격씬이나 과하게 멋지게 포장한 액션들과는 달리 좁은길 오토바이 추격씬, 담백하지만 생존적인 격투액션들이 [본 레거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장면들입니다. 어떤 분은 골목에서 날라드는 제레미 레너의 그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 레거시]는 값을 한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다른장면도 보셔야 값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하하)

 물론 격투장면은 엄밀히 말하면 이전 본 시리즈와는 조금 다릅니다. 사실 이전 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격투장면은 그야말로 목을 조르고, 피가 터지는 장면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실제적 격투였다면, [본 레거시]에서는 조금은 애론에게 슈퍼파워를 부여한 듯한 격투장면이 대부분이었죠. 상대가 대부분 훈련받은 '트레드스톤'이나 '아웃컴'의 요원들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이미 신체능력이 격상된 '아웃컴'요원인 애론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상대들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내용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슈퍼파워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그래서 사실 아쉬웠던 부분이 LARX 요원과의 격투씬이 없다는 부분입니다. LARX의 요원은 태국에 있다가 '릭 바이어'의 호출로 '애론 크로스'를 잡기 위해 필리핀의 마닐라로 투입됩니다. 오토바이 추격씬에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애론과 LARX 요원의 맨손격돌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뭔가 건조하고 강력했던 이전 본 시리즈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일방적인 애론의 강력함에 아쉬움을 느끼실수도 있겠네요.

 



[퍼스트 어벤져]를 추억하다

 마블코믹스 원작의 영화 [퍼스트 어벤져]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마블코믹스의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마블코믹스 원작의 다른 히어로무비 [토르] 등과 함께 [어벤져스]를 위한 부속품 영화로 등장했던 영화죠. [아이언맨]도 사실 [어벤져스]의 부속이라 할 만 하지만, 스토리가 독립성이 있었고 흥행성도 갖추고 있었기에 부속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었지만, [퍼스트 어벤져]는 약간 지루한 상황설명과 다른 영화와의 연계성을 위한 장치들 때문에 거의 [어벤져스]를 위한 밑밥 영화라고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사실 [본 레거시]를 보면서,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약간은 [퍼스트 어벤져]가 떠올랐습니다. 이후에 이어질 새로운 '본 시리즈'를 위한 초석이 되는 영화라고 느낀거죠. 약간은 상황설명 위주로 전개되는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이 그렇게 느낄 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은 영화도 아니죠. 어떤 부분은 좀 지루하게 느껴지고, 어떤 부분은 너무 재미있고, 그런 영화가 이 [본 레거시] 인 것 같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시리즈는 지금도 판타지 장르의 영화 중에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그런 명작 서사의 첫 시리즈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는 지금 기억하기에도 사실 지루한 부분이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된 영화이기에 첫편에서는 당연히 배경설명과 상황설정들이 쭉 이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처음 접했던 저는 지루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죠.



드라마 [본 레거시]가 아닌 첩보 스릴러 [본 레거시]

 [본 레거시]의 초반부가 지루하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후에 시리즈가 이어질 것을 생각하고 [본 레거시]를 보았다면, 아마도 다음편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초석으로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 본 삼부작 시리즈와의 연계, '제이슨 본'이라는 존재의 조우, 아직도 다 파헤쳐지지 않은 극비프로젝트와 숨은 요원들의 이야기, 등등 이미 탄탄했던 전작들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소스가 무궁무진하게 남았습니다. [본 레거시]는 그 일각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제레미 레너의 남성미 넘치는 액션은 덤으로 관람하실 수 있겠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에서 조금 더 세밀하고, 긴박한 연출을 기대합니다. 제레미 레너, 레이첼 와이즈, 거기에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탄탄한 배우 라인업만으로도 이 시리즈는 충분히 재미를 보장할 수 있기에 후속작을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후속작에서 이번에는 다 보여주지 못한 꽉 찬 '뉴 본 시리즈'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하나 더, 마지막 엔딩에 삽입된 Moby의 'Extreme Ways'는,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영화 [본 레거시]의 공식 예고편을 첨부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영화 [본 레거시]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