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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나에겐 위로가 된다 (한글자막 첨부)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글자막은 포스트 맨 하단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늘 살아있음을 느꼈다

 우리 모두의 어린시절을 추억해 볼까 합니다. 어린시절에는 꿈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과학자, 대통령 등등 수많은 꿈이 있었고, 그 중에서 어떤 꿈이 제일 멋진지 골라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 지 상상하면서 혼자만의 상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넘어지고 무릎이 깨져가면서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담을 넘어 나오기도 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군것질을 하러 나갔다가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습니다. 스무살이 되어서는 외국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았던 알바비를 음주가무에 탕진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금 추억해보면 우리 모두의 어린시절은 역동적이었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작은 도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이 달라진걸까, 이제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삶은 다람쥐 쳇바퀴같은 지루함의 반복이 되었고, 피곤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상사에게 쪼이지 않고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소심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주말의 삶은 쉼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또 하나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매주 같은 패턴을 답습할 뿐입니다. 내가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 완수하지만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며, 일탈은 나의 꿈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입니다. 나를 괴롭히는 못된 상사에게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것은 상상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도대체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른걸까요. 왜 이제는 삶이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하지 않을까요.





월터의 상상은 소심함의 산물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매일 가계부를 쓰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전형적인 평범남입니다. 그는 16년째 <라이프>지의 사진 현상부서에서 별 탈 없이 무난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삶에서 유일한 일탈은 상상하는 것입니다. 월터는 상상 속에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영웅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와 한바탕 격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는 멍때리기가 일상인 소심한 남자에 불과합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모히칸 머리를 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즐겨 타며, 아버지가 물려준 여행 일지를 들고 유럽 여행을 꿈꾸던 역동적인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인터넷 연인찾기 사이트에 적을 프로필도 마땅히 없는 정말 지나치게 평범한 남자입니다.





인생의 난관과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가 새로운 도전을 부르다

 그런 그에게 인생 최대의 난관이 닥칩니다.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 분)'이 보내준 중요한 사진을 분실한 것이죠. 숀 오코넬은 '삶의 정수를 담은 자신의 역작'이라며 필름의 25번째 컷을 표지로 사용해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필름의 25번째 컷은 없습니다. 이런 중요한 사진의 분실이라니, 정리해고 문제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월터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25번째 컷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숀 오코넬을 찾아가려던 월터는 수소문 끝에 숀이 그린랜드에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연락처도 행방도 모르는, 그것도 해외에 나가 있는 사진작가를 무슨 수로 찾겠느냐는 생각에 월터는 한숨만 쉽니다.





 하지만 그 때, 그가 연모하던 여인 '셰릴 멜호프(크리스틴 위그 분)'가 월터에게 진심어린 격려의 말을 해줍니다. 그녀의 말은 월터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월터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25번째 컷을 찾기 위해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찾아서 그린랜드로 떠나기로 한 것이죠. 월터는 사진 한 장과 연모하던 여인 때문에 용기를 내어 도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린랜드에 가서도 아직은 소심하고 모험이 두려웠던 월터는 가자마자 난관을 만납니다. 하지만 이내 상상 속에서 셰릴이 불러주는 'Space Oditty'를 방아쇠 삼아 이륙하는 헬기에 뛰어들게 됩니다.





벤 스틸러의 탁월한 시선

 영화 초반에는 월터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이 지극히 정적이고 잔잔합니다. 그의 상상이 펼쳐질 때만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표현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현실 속에 있을 때는 정적이고 잔잔한 음악만이 흐릅니다. 반면에 그가 상상 속에 있을 때는 역동적이고 웅장한 음악이 흐릅니다. 극의 후반으로 가면서, 현실속의 그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과 음악은 급작스럽게 역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카메라 시점과 음향이 그의 변화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벤 스틸러 감독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의 월터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영상과 음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월터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남자였다

 월터는 이 '뜻밖의 여정'을 통해 상상속에서만 벌어졌을 법한 일들을 그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평소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을 연거푸 경험하게 되죠. 그는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들기도 하고, 상어와 격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운힐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화산 폭발의 현장에서 화산재를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이 모든것이 믿을 수 없지만 평범남 월터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멋진 여정에도 불구하고 숀을 찾지 못한 월터는 잠시 허무감을 맛보고, 역시 자신의 인생은 이런 것이었다는 회의감을 가지는 듯 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면서 월터는, 숀 오코넬을 찾아 다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여정을 통해 월터는 더이상 상상 속에서만 용기를 내는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이제 그는 어린 시절의 꿈 많고 도전적이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25번째 컷을 찾기 위한 그의 여정은 결국 히말라야에서 숀 오코넬을 만나면서 끝이 납니다. 그리고 허무하게도 25번째 컷은 애초부터 월터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인생의 난관을 극복할 열쇠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부터 그의 손에 있었던 것이죠. 비록 여정은 허무하게 마쳤지만, 두 번의 여정은 월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월터는 이전의 소심한 평범남이 아닙니다. 그는 이제 달라져 있습니다.





숀이 말한 '삶의 정수', 그것은 월터의 평범한 일상이 일구어 낸 열정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삶의 정수가 담긴 역작' 25번째 컷은 드디어 <라이프>지의 오프라인판 마지막 호의 표지로 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월터가 가판대에서 발견한 <라이프>지의 오프라인판 마지막호의 표지에는 1959년에 설립된 Time & Life Building의 이름이 새겨진 기둥 옆에서 필름을 들여다보는 월터의 사진과 함께 '마지막호 - <라이프>지를 만든 사람들에게 헌정함' 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숀은 16년간 <라이프>지에 젊은 시절을 바친 월터의 모습을 '삶의 정수'라고 표현했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평범한 일상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청춘을 바친 <라이프>지는 그의 열정이 일구어낸 산물이었고, 숀은 그런 월터의 모습에서 '삶의 정수'를 발견한 것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도전하는 인생을 살게 되고,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이 도전이라는 것은 '처음이 어렵다'는 말을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처음에는 도전하는 것이 어렵고 창피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전하게 되면, 점점 도전은 도전이 아닌 일상이 됩니다. 극중 월터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쳇바퀴같은 일상을 살던 월터는 두 번의 도전적 여정 이후, 새로운 도전이 일상인 역동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할 말을 하고, 가야할 때 가고, 사랑할 때 사랑하는 사람.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처럼 매일같이 작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사람이 된 것이죠. 그의 상상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은 이제 그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더이상 상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도전하고, 이루어 냅니다.





탁월한 표현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물론 훌륭한 원작 소설도 큰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벤 스틸러가 이 영화를 맛깔나고 심도있게 표현하지 못했다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벤 스틸러는 결코 이 영화를 그저 그런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벤 스틸러의 탁월한 영화적 감각, 훌륭한 연기, 극중 '월터'의 변화를 따라 점점 컬러풀해지는 영상과 카메라 시선, 그리고 음향까지. 벤 스틸러는 이 모든 디테일들을 통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훌륭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가 처음부터 지갑에 가지고 있었던 25번째 컷과 같이, 도전의 열쇠는 처음부터 우리의 내면에 존재합니다. 우리의 가슴 너머에는 도전에 대한 열망과 열쇠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우리 속에 열망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내면에는 도전의 열쇠인 용기가 함께 있습니다. 첫 걸음만 내딛으면 우리의 삶은 열정과 생기가 넘치는 삶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용기라는 열쇠를 사용하면, 두려워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용기'라는 열쇠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도전 끝에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열정을 가지고 살아온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바로 '삶의 정수'라는 사실입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용기를 잃어가는 이 시대의 모든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는 영화입니다. 누구나 꿈꿔본 일탈과 도전이 한 순간의 작은 용기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일탈을 맛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변화를 두 시간의 러닝타임에 훌륭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벤 스틸러의 감독적 역량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주고 싶지만, 그것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용기와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서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글 자막을 첨부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자막은 원작자의 자막을 수정 없이 재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720p WEB-DL x264 AC3-JYK.s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