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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영화

월드워Z, B급 재료를 블록버스터로 요리하다 (한글자막 첨부)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글자막은 포스트 맨 하단에 있습니다.)


 보통 좀비물은 저예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출연하는 엑스트라 수도 많지 않고(꼭 그런건 아닙니다), 높은 개런티의 배우를 기용하거나 고비용의 CG를 사용하기 보다는 무명 배우와 특수분장에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영화 [월드워Z](2013)는 조금 다릅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주연이 무려 브래드 피트 입니다.





지금까지의 좀비영화는 이랬다

 기존에 영화팬들이 접했던 좀비소재의 영화들은 대부분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가 조금 알려지면, 출연했던 배우들도 조금씩 알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대표적인 예로 영화 [좀비랜드]가 있습니다. 이미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였던 우디 해럴슨이나 아역으로 잔뼈가 굵은 아비게일 브레슬린의 경우는 제외하고, 영화 [좀비랜드]에 출연했던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은 영화 [좀비랜드]를 통해 유명세의 초석을 다지게 되었죠.

2014/04/26 - [Media/영화] - [리뷰] 좀비랜드(ZombieLand), 잔인함이 유쾌함이 되다 (한글자막 첨부)


 좀비 소재의 영화들이 이렇게 무명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하는데는 아마도 예산 문제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매니아층의 지지만을 겨우 받는 상황에서 무리한 예산을 책정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대형 영화사의 투자를 받는것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예산으로 촬영 가능한 스케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따라서 특수분장이나 잔인한 장면 등에 승부를 걸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는 그 잔인한 장면 때문에 또다시 대중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새벽의 저주]처럼 가뭄에 콩 나듯 나름의 성공을 거두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2014/05/07 - [Media/영화] - 새벽의 저주, 좀비영화의 교과서 (한글자막 첨부)





지금까지와 다른 좀비영화 [월드워Z]

 하지만 이런 좀비라는 소재도 영화 [월드워Z]를 통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B급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좀비라는 소재를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죠. 사실 예산이 엄청나게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망하는 지름길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소재라야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데, 좀비라는 소재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워낙 매니악한 소재이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성공을 확답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월드워Z]는 기존의 좀비영화와는 약간 다른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새벽의 저주]로 대표되는 B급 좀비영화들이 잔인한 장면과 낭자하는 피로 승부를 걸었던데 반해, [월드워Z]는 어찌보면 재난영화같은 구조를 보입니다. 잔인한 장면도 매우 적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좀비가 창궐한 모습을 큰 스케일을 통해 보여줍니다. 개미처럼 무수한 사람들이 좀비들을 피해 달아나거나 그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쉴새없이 달려드는 좀비들은 마치 영화 [더 임파서블]에서 몰아치던 쓰나미나, 영화 [2012] 속에서 무너지는 지반에 견줄만 합니다.




 이런 초대형의 스케일은 좀비라는 소재를 쓰나미나 지진급의 '재난'으로 재해석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좀비라는 대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이 좀비라는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아마 이런 변화를 기획했던 마크 포스터 감독 본인도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크 포스터 감독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좀비영화를 재난영화로 탈바꿈시켰고, 그 결과 영화 [월드워Z]는 전 세계적으로 약 5억4천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브래드 피트 생애 최고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어색한 한글판 제목, 그러나 찰진 구성

 본래 [월드워Z]는 영어 제목이 [World War Z] 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영어로 World War 1, 제2차 세계대전이 영어로 World War 2 인 것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와닿는 제목으로 번역하자면 영화 [Wolrd War Z]의 한글판 제목은 [세계대전 Z]가 되었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한글판은 [월드워Z]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원작 소설의 국내판 제목도 [세계대전 Z]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영화판의 제목이 더욱 아쉽습니다.

 원작 소설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창궐한 좀비로 인해 전 세계가 재난상황에 빠지고, 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분투하는 UN조사관 출신 '제리(브래드 피트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이 소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좀비물에 비해 영화가 짜임새있고, 구성이 찰집니다. 좀비물을 재난이라는 코드로 참신하게 풀어냈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이고, 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가 '성지' 예루살렘에 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좀비라는 존재의 잔인함과 공포스러움에만 집중하지 않고 좀비라는 재난을 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쇄 살인마'인 대자연이 숨겨놓은 힌트가 있다는 은유적 사실, 그리고 그 뜻밖의 해결책도 매우 신선합니다.





새로운 트렌드, 마이너 문화의 메이저 신드롬

 영화 [월드워Z]는 B급 소재인 좀비를 블록버스터로 멋지게 요리하면서, 다른 B급 소재들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했습니다. 대중들의 사랑에 힙입어 흥행에 성공하고 후속작을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후속작은 [Dirty Pretty Things]로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스티븐 나이트가 각본을 맡고 [더 임파서블]의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고 합니다. 주연으로 브래드 피트의 출연이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마이너한 문화로 여겨졌던 그래픽 노블 문화가 마블사의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 영화 [어벤져스]를 통해 대중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된 것 처럼, 마이너 문화로 치부되었던 문화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큰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B급 소재로만 여겨졌던 좀비 소재도 영화 [월드워Z]와 후속작을 통해 최근 트렌드에 편승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B급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좀비물의 기념비적 영화, [월드워Z]를 감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영화 [월드워Z]의 한글자막을 첨부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자막은 원작자의 자막을 수정 없이 재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World.War.Z.2013.1080p.BluRay.x264.YIFY.s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