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글자막은 포스트 맨 하단에 있습니다.)
미술, 음악 등 예술은 그 분야와 장르를 불문하고 시간을 초월하는 작품들이 명작이라고 불리우게 됩니다. 영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각 장르의 대명사들로 불리우는 작품들이 대부분 시간이 지난 작품들이라는 데서 그 맥락을 함께합니다. 물론 명작의 기준이야 팬들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율을 경험했던 영화들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둡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 [파이트 클럽]은 개인적으로 명작으로 손꼽는 작품입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척 팔라닉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보다는 액션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조직적으로 정말 잘 짜여 있어서 단순 액션영화라고 부르기는 좀 넘치는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액션성이 짙은 영화입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스타일대로, 에너지 가득한 오프닝 시퀀스나 음악이 이 영화의 장르를 더욱 구분하기 애매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사실 당황스럽게도, 개봉 당시에는 호불호가 극렬하게 갈리면서 흥행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이때문에 폭스사의 사장이 경질될정도였다고 하니까 말 다한 셈이죠. 하지만 DVD로 발매되면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필수로 감상해야 하는 영화 목록에 올라있습니다. 그 반전의 충격이 가히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만큼 반전 영화로도 이름을 떨친 영화입니다.
극렬한 대비, 내면적 극대화
영화 [파이트 클럽] 속에서 주인공(에드워드 노튼 분)은 시종일관 이름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크레딧에는 '나레이터'라고 기록하고 있군요. 아무튼 주인공은 매우 평범하고 소심한 스타일의 남자로, 이케아 가구를 사 모으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정말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반면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비행기 기내에서 만나는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분)이라는 남자는 주인공과 정 반대의 스타일을 가진 남자입니다. 몸짱에, 사고가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으며, 그야말로 마초적입니다.
이 두 남자의 대비는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남자인 주인공이 현실 속의 우리의 모습이라면, 우리 모두가 바라고 꿈꾸는 일탈을 마초적으로 표현한 캐릭터가 타일러인 셈입니다. 모든 것에 자유롭게 행동하고, 하고싶은 일은 저질러버리는 그런 일탈의 상징이 타일러죠.
영화 [파이트 클럽]의 말미에서 밝혀지는 주인공의 이중인격은 그야말로 이러한 일탈의 욕망, 인간에게 숨겨진 악하고 이기적인 이면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남자의 또다른 인격이 일탈의 아이콘이라는 사실, 이것보다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표현하기에 더 좋은 장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이중인격 류의 반전 장치는 이후에 제작된 존 쿠삭 주연의 영화 [아이덴티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 등에서 사용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파이트 클럽]이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중인격이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관객들에게 내재된 일탈의 욕구에 공감을 호소하고, 또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장치를 반전이라는 극적 요소와 결합하면서 함성을 자아내게 하고, 그 결과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유가 너무 청산유수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명작 영화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센스
영화 [파이트 클럽] 속에서 '파이트 클럽'이 발전하고, 타일러를 주축으로 '프로젝트 메이헴'이라는 테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영화에는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 그 주를 이루며, 인간의 내면적 욕구를 이용한 비열한 기만들에 대해서, 또한 현대인들의 잘난척 하지만 무기력한 그 실체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소설이 원작인 만큼 이러한 비판적 시각들이 영화 속 명대사로 등장하기도 하죠.
"TV를 보면서 우리는 누구나 스타나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거짓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분노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반전을 암시하는 장치는 벌써 영화의 초입에서부터 등장합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의사는 '불면증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진짜 고통을 보고 싶으면 고환암 환자 모임에 가봐라'고 비웃듯 말합니다. 이 때 타일러의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한 프레임동안 등장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다중인격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장면인데, 이런 중간 삽입은 이후 영화에서 타일러의 행위 - 아동 영화에 포르노 이미지를 중간삽입하는 - 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식의 끼워넣기 장면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런 센스가 바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팔방미인같은 영화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들은 볼거리 측면에서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적이고 액션 위주로 구성된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는 많은 볼거리와 재미를 주지만 영화적으로 부실한 경우가 많고,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들은 그래픽적 요소나 액션적 요소가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최근의 [다크나이트]가 그러했듯, 종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그러한 영화입니다.
2014/05/09 - [Media/영화] - 다크 나이트, 타락한 고담의 어두운 영웅 (한글자막 첨부)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그래픽적 완성도나, 감독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잘 드러내는 꼼꼼한 액션 장면들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지금이야 워낙에 유명해진 데이빗 핀처 감독이기도 하지만, 이런 감독의 성향을 보면 때야 언제가 되었든 데이빗 핀처 감독은 영화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적으로나, 배우들의 연기로나, 비주얼적으로나 명작으로 손꼽힐만한 요소들이 정말 많은 영화입니다.
한가지 좋은 볼거리를 또 꼽자면, 아마도 당시 최고 전성기였을 것으로 사료되는 브래드 피트의 몸(!)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극중에서 정말 남자의 이상적인 몸매를 선보입니다. 지금이야 워낙 배우들의 몸 만들기가 당연한 시대라 몸 좋은 배우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보아도 완벽한 몸매가 그 당시에 브래드 피트의 몸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성공하는 배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 그러나 그 이상의 전율
원작 소설과는 사뭇 다른 결말로 영화는 끝을 맺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의도를 극 내내 보여주었기 때문에 원작과 달라서 아쉽다기 보다는 또 다른 완성작으로 보는 것이 맞는 듯 합니다. 영화도 감독판과 극장판이 결말이 다른 경우가 많듯이, [파이트 클럽]의 경우에는 소설과 영화가 같은 스토리의 두 가지 결말인 셈이죠.
이전보다 더욱 영화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지금, 다시 보는 영화 [파이트클럽]은 처음 보았을 때의 전율 그 이상의 전율을 안겨줍니다. 시대가 변해도 명작은 남는다고 했던가요,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어야 하는 영화, 그리고 언제든 다시 꺼내어 보고 싶은 영화 [파이트 클럽]이었습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한글자막을 첨부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자막은 원작자의 자막을 수정 없이 재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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