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넥서스7, 늦었지만 괜찮아. 모든 걸 용서할게.

 구글의 레퍼런스 디바이스, 넥서스7

 얼마전 구글Google에서 넥서스7 Nexus7을 발표했습니다. 넥서스^[각주:1]가 무어냐고 묻는 여러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각주참조). 네 번째 레퍼런스Reference 디바이스인 넥서스7의 제조사로 구글은 아수스ASUS^[각주:2]를 낙점했습니다. 지금까지 구글은 HTC, 삼성Samsung 등의 제조사와 레퍼런스 디바이스를 생산 해 왔었고,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삼성이 아닌 아수스를 택해 넥서스7을 제조, 발표하였습니다. 기술력으로는 삼성이 한참 위였을텐데 말이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구글은 삼성과 함께 넥서스7을 제작하기 원했지만 판매가격면에서 타협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쩌면 구글이 지난 모토로라 인수 건 이후로 촉각이 곤두선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제조사들을 다독이기 위해 여러 제조사를 바꿔가며 레퍼런스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표면적인 이유야 어찌됐건, 이번 넥서스7은 아수스와 함께 손을 잡고 만든 구글의 네 번째 레퍼런스 디바이스로, 독특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제야 나온거니, 넥서스7

 넥서스7은 사실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아마존Amazon^[각주:3]에서 킨들파이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고, 삼성에서도 7인치 태블릿인 갤럭시탭7.7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7인치 태블릿 시장이 열린 터라, 사실 구글의 넥서스7은 최초의 7인치 태블릿이 아닙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렇게 떠들썩한 이유는 뭘까요. 단지 안드로이드의 총수 구글에서 직접 설계한 레퍼런스 디바이스라서 그럴까요? 먼저 사양을 가볍게 훑어보겠습니다.

 태그라3Tegra3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RAM,    1280 * 800 HD 디스플레이,    120만화소 전면 카메라,    안드로이드4.1 젤리빈JellyBean,    16GB 저장공간,    4325mAh의 배터리(대기 300시간, 영상 9시간 재생) 등의 사양을 갖추고 있네요. 나쁘지 않은 사양이며, 특히 쿼드코어를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그밖에도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Bluetooth, GPS 등 최신 스마트폰/태블릿이 갖춘 사양과 거의 동등하거나 일부 월등한 사양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뭔가 좀 이상하죠. 사양이야 최신 디바이스가 최신 사양인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난리를 부리는 이유가 뭐다 할 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사실 갤럭시탭7.7LTE도 등장할 당시에는 거의 최고수준의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넥서스7이 여타 최신 디바이스와 다른 점이 무엇이길래 떠들썩할까요?

구글의 '노림수', 큰 한 방

 가격이 8GB 버전이 무려 199달러. 16기가 버전도 249달러, 국내 출시 가격도 16기가 버전이 299,0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1천원 더 붙여 계산해도 300,000원입니다. 이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갤럭시탭7.7의 출고가가 80만원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습니다. 넥서스7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어떤 태블릿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존 킨들^[각주:4]도 저렴한 가격대였지만 자사컨텐츠 위주의 소프트웨어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었죠. 그러나 이번 넥서스7은 구글입니다. 구글. 구글플레이 컨텐츠를 이용하고, 사용하는 스마트폰과도 동일한 활용도를 가진 디바이스라는 사실이죠.

 사실 지금까지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그렇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태블릿에 특화된 컨텐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사용자경험 면에서도 그렇게 멋지지는 못했으니까요. 오죽했으면 허니컴Honeycomb^[각주:5]의 경우에는 시쳇말로 '버린OS'라고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초창기 갤럭시탭도 허니컴을 탑재했었죠. 아마도 넥서스7이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쓴 맛을 보기 전에 출시되었더라면, 아마 시장을 올킬하고 아이패드와 견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제는 올킬이 아니라 '팀킬'을 하겠죠.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가격, 성능 면에서 경쟁하기는 힘들테니까요.

 7인치 태블릿 시장의 초신성, 넥서스7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은 외관을 하고 있는 넥서스7은 최고사양을 갖춘 최저가의 태블릿으로 아마도 인기를 구가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두 대형마트에서 오늘 28일부터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추석선물로는 어려울 예정인 것이, 실제 출시 및 수령일은 10월 중순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이 부담스러우셨던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실 것 같군요.

 사실 7인치 태블릿은 환영보다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 미묘한 사이즈에 있습니다. 사실 미묘하기로 따지면 갤럭시노트의 5.1인치가 더 미묘하지만, 갤럭시노트는 '노트'라는 세그먼트를 개척하였고, 세그먼트의 특성상 작은 5.1인치가 최적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미묘한 7인치라는 사이즈는 단어 그대로 미묘했던것이 사실입니다. 태블릿의 선봉장인 아이패드의 경우와 비교하면, 아이패드는 판형의 차이가 경험의 차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혁신적인 전용 앱들을 통해 '스마트폰을 사이즈만 키운 것'이라는 일각의 비난을 일축했기 때문에 아이패드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한 번에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큰 화면이 주는 이점을 아주 잘 활용한 예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7인치 태블릿은 더욱 미묘한 위치에 몰렸습니다. 아이패드처럼 사이즈가 충분히 크지도 않고, 스마트폰처럼 휴대하기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7인치 태블릿이었던 갤럭시탭과 모토로라 줌XOOM은 이렇다할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죠. 뿐만이 아닙니다. 이후에 출시된 갤럭시탭7.7의 경우도, 최고사양에 꽤 잘 만들어진 디바이스였지만 80만원이 넘는 고가로 인해 역시 아이패드에게 밀려났습니다.

 아이패드 출시 당시에 들고다니기 좀 부담스러운 크기라, 조금 작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아이패드의 성공과 7인치 태블릿의 실패로 '중간사이즈는 별로구나'라는 인식이 조금은 굳어있는 시기에 구글에서 넥서스7을 발표한 것입니다.

 구글, 넥서스7에게도 꿈이 있다

 넥서스7 역시 7인치 태블릿입니다. 지금까지의 실패와 수모를 모두 알고 있는 구글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넥서스7을 만들까 궁금했었는데요, 정답은 가격에 있었습니다. 한화 299,000원이라는 가격은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지 가격이 싸서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수 많은 사용자들이 가격과 크기, 성능의 측면에서 여러 태블릿을 가늠하다 구매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최고성능의 초저가 태블릿 넥서스7은 분명 수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이패드같은 10인치 태블릿이 너무 크고 부담스럽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마음에 딱 드는 디바이스도 아닌데 고가의 10인치 태블릿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 10인치 태블릿은 너무 크고, 그보다 작은 태블릿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사람들도 기존의 불만족스럽고 비싼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보고 구매를 포기했습니다. 태블릿이 부럽긴 하지만 스마트폰이 큰 것도, 태블릿을 따로 들고다니는 것도 휴대성이 떨어져서 싫다고 느꼈던 사람들도 대부분 태블릿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20만원대의 태블릿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심지어 구글이 만든 레퍼런스 디바이스라는 점을 보았을때, 아마 단번에 구매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태블릿 사용자들이라고 그렇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사실 기존의 아이패드는 600g이 넘는 무게로 조금 부담스럽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또 큰 크기로 항상 휴대하는 디바이스라기 보다는 '카우치토이Couch Toy'^[각주:6]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는 디바이스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부담없이 꺼내서 쓰는 '적당한 크기'의 디바이스에 목말랐던 사용자들도, 아이패드의 큰 화면에 비해 iOS^[각주:7]의 지나치게 심플한 구성에 싫증을 느끼던 사용자들도 모두 넥서스7의 잠재고객입니다.

넥서스7, 구글에게 숙제를 안겨주다

 뿐만 아니라, 전자책 디바이스를 찾지만 킨들파이어는 불편하고, 전자책 리더^[각주:8]는 너무 전자책만 볼 수 있고,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 7인치 태블릿이 적당하지만 가격이 비싸 고민했던 사람들도 아마 넥서스7을 찾게 되겠죠. 멀티미디어 재생기로도, 내비게이션의 대안으로도 충분한 활용도를 가진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넥서스7에게 남아있는 숙제가 있기는 합니다. 후면 카메라의 부재와 국내시장에는 약간 모자란 구글플레이 컨텐츠 등이 그 예입니다. 또, 저장공간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고, LTE 통신 모듈^[각주:9]이 장착되지 않아 이동 중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그리고 구글은, 넥서스7을 통해서 아마 기기간 호환성 문제나, 태블릿용으로 최적화 된 앱이 없는 안드로이드 컨텐츠의 단점 등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태블릿 시장으로 직접 뛰어든 만큼, 쓴 맛(?)을 좀 봐야 알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도 최고사양을 가진 최저가의 구글 태블릿을 보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이패드를 보고 모든 사람이 매력을 느끼지만 상당수가 가격 때문에 포기하는 것에 비해, 넥서스7은 매력을 느낀 사람 중 상당수가 가격적인 메리트에 쉽게 지갑을 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해 봅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겠지만, 구글의 심산이 그러했다는 것 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최초의 쿼드코어 태블릿, 사용중 10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그러나 가격은 절대 높지 않은, 구글이 설계한 레퍼런스 디바이스. 반면에 LTE 사용불가, 부족한 구글플레이 컨텐츠, 후면카메라 부재, 확장 불가능한 16GB 저장공간. 장점이 더 많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는 디바이스. 하지만 가격이 299,000원. 필자의 개인적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하는 본 포스트의 제목을 적으며 포스트를 마칩니다.

넥서스7,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너의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게 해.

1. 구글에서 발표하는 레퍼런스 디바이스들의 통칭. 레퍼런스 디바이스는, 구글에서 디자인 및 설계를 담당하고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제조를 맡는 안드로이드 표준 디바이스를 뜻한다. 첫번째 레퍼런스 디바이스는 HTC에서 제조한 넥서스원NexusOne, 두 번째 레퍼런스 디바이스는 삼성에서 제조한 넥서스S NexusS, 세 번째 디바이스 역시 삼성에서 제조한 갤럭시 넥서스Galaxy Nexus, 넥서스7 Nexus7은 구글의 네 번째 레퍼런스 디바이스다. [본문으로]
2. 혹은 에이서스. 아수스는 노트북과 메인보드 제조를 주력으로 삼는 대만기업이다. 초저가 넷북이었던 EeePC의 성공과 함께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본문으로]
3. 미국의 쇼핑몰. [본문으로]
4. 아마존Amazon.com에서 제작한 저가형 태블릿. 199$ 초저가 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본문으로]
5. 안드로이드 OS의 태블릿버전. 평가가 매우 나빴던 버전이다. 허니콤 이후 구글은 별도의 태블릿OS를 제작하지 않고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OS의 버전을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본문으로]
6. 소파라는 의미의 카우치Couch와 장난감이라는 의미의 토이Toy가 합성된 단어. 소파 위에 앉아서(누워서)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이라는 뜻이다. [본문으로]
7. 애플사 스마트디바이스의 운영체제.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두 동일하게 iOS를 사용한다. [본문으로]
8. e-pub 형식의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디바이스. 그러나 대부분의 전자책 리더는 전자책 이외에는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거의 없다. [본문으로]
9. 4세대 이동통신망으로 불리우는 Long-Term-Evolution의 준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