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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OS

아이폰5, 스티브잡스가 없는 아이폰엔 혁신이 없다?



 지난 아이폰5 iPhone5 스펙 소개 포스팅 이후로, 언론의 반응들을 계속 살폈습니다. 글쎄요. 아이폰5에 대한 언론의 반응들은 대부분 '비난일색' 이었습니다. 아이폰4S가 출시되었을 때도 언론들은 비난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전 아이폰3Gs iPhone3Gs에 대한 디스나, 아이폰4 iPhone4, 아이폰4S iPhone4S 시절의 언론 반응 떠올려보면, 이정도 반응은 예상되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아이폰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요?


 아이폰은 항상 이슈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좋은 이슈 일색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각주:1]처럼 최악의 이슈였던 때도 있었죠. 아이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난 2009년 이후로 쭉 살펴보면 '좋다', '예쁘다', '빠르다', '신기하다' 라는 류의 긍정적인 반응들도 있었고, '(소프트웨어가)폐쇄적이다', '화면이 작다',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없다' 등의 부정적 반응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의 구동속도, 부드러운 프레임,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등에 긍정적 반응들을 보였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작은 화면, 탈착불가능한 배터리, 옅은 색감 등의 하드웨어적 불편함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안테나게이트' 역시 하드웨어적 부분의 이슈입니다.



 이렇게 보면, 애플Apple은 소프트웨어에 비해 하드웨어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실은 반증하듯, 아이폰4 출시 이후 기즈모도gizmodo에서 발포했던 완벽 분해도를 살펴보면 부품의 대부분이 삼성, LG, 등 외산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애플제품의 하드웨어가 이슈를 일으켰던 적이 많은 것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타이포그라피를 가진 개인용 컴퓨터 맥킨토시'의 개발을 자랑스러워 하며 말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소프트웨어와 비주얼에 더욱 집중하여 개발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역사적(?)으로 아이폰에서 하드웨어적 이슈가 상당수 발생했음에도 상당수 사람들이 아이폰5를 여전히 '최고의 스마트폰'이라고 추켜세우는 이유가 소프트웨어적 강점에서 온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지금까지의 아이폰은 미국을 넘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최고의 디자인이기도 했습니다. 포브스forbes의 한 기자는 아이폰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역설한 기사의 말미에 '그래도 난 아이폰5를 살거다' 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즈음에서 애플의 숙적을 자처하는 삼성Samsung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삼성은, 재미있게도 애플과는 정 반대되는 행보를 걸어 왔던 회사입니다. 삼성은 대표적인 하드웨어 공룡기업입니다. 디스플레이,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등 최고로 인정받는 하드웨어 기술과 제품들을 다수 보유한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기업들 중 하나입니다. 현재로써는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삼성은 하드웨어 전문 기업 답게 대량생산에 누구보다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스마트폰 전쟁이 촉발된 2009년 이후로도, 하드웨어적 강점을 살려 좋은 디바이스들을 많이 생산 해 냈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초기 스마트폰인 '옴니아'와, 아이폰3Gs 국내 출시 당시에 스스로 아이폰 대항마를 자처했던 최고 사양의'옴니아2'[각주:2]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참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양이 아닌 소프트웨어 최적화 문제였죠. '최고사양'을 무기로 내세웠던 '옴니아2'가, 재밌게도 '상대적으로 부실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참패하게 된 것입니다. 이 참패를 계기로 삼성은 소프트웨어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각주:3]를 전격 채택하여 '갤럭시S'라는 시대의 작품을 만들게 되고, 지금까지도 소프트웨어 부문을 계속 강화하며 더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UX[각주:4]에서 혁신을 선도했다면, 삼성은 하드웨어의 혁신을 선도한 기업인 셈입니다. 그러니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부정적 이슈가 많고, 삼성은 소프트웨어에서 부정적 이슈가 많은 이 현실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혁신'에 대해서 논해볼까 합니다.

 해외에는 벌써 아이폰3G 시절부터 찬사가 쏟아졌으나, 국내에는 아이폰3Gs부터 도입이 되었으니, 아이폰3Gs 시절을 회상 해 보겠습니다. 2009년, 아이폰3Gs가 만년 2인자 KT의 '공격적 마케팅'[각주:5]을 통해 국내에 전격 도입되었습니다. 언론들은 난리를 쳐댔고, 삼성의 '옴니아2'가 더 나은 이유들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삼성의 '언론플레이'를 일반인들도 의심하기 시작했죠. 여하간에, 아이폰3Gs는 실제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폭발적인 이슈를 불러 일으켰고, 지금까지 나왔던 핸드폰이 기껏해야 '풀터치폰' 정도였던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3Gs는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하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SKT 골수팬(비하는 아닙니다. 저도 SKT씁니다.)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신규개통 수요가 KT로 몰렸다고 할 만큼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그 인기는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외신들이 아이폰과 애플을 향한 찬사들을 쏟아놓은 뒤였습니다.

 당시에는 아이폰같은 디바이스가 전무했습니다. 기껏해야 윈도우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나 PDA 정도가 있었을 뿐인데, 그 디바이스들도 여러가지 활용이 가능했지만, 소수의 전문가집단이나 얼리어답터들을 위한 디바이스에 불과했습니다. 아이폰처럼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아름다운 그래픽효과와, 부드러운 터치감을 가진 다기능의, 대중적인 디바이스는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아이폰은 '선두' 였던 것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을 런칭하면서, '앱스토어AppStore'라는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의 생태계를 엽니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앱 생태계. 이 생태계는 개발자들의 수익창출 - 사용자들의 손쉬운 기능 확장 -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 최소화 라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아이폰을 진짜 '전지전능'한 디바이스로 만들어 줍니다.

 아이폰의 출시부터 앱스토어의 급속성장까지 이 모든 과정이 불과 2-3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혜성과 같이 나타난 아이폰의 등장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멋진 스마트폰이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너도나도 아이폰을 연호했고, 아이폰은 모두가 선망해 마지 않는 스마트폰이 되었습니다. 후발주자들은 후광이 번쩍번쩍하는 아이폰의 자태를 보고 그 자리를 탐내며 군침을 흘렸죠.




 이 때 수면위로 떠오른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였습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오픈소스의 운영체제는, 아이폰을 따라잡고 싶었던 다른 여러 기업들에게 달콤한 제안이었던 것이죠. 삼성, HTC[각주:6], LG, 모토로라[각주:7], 소니 등 여러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연합군'을 구축하고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헤비heavy하게 추격한 기업은 역시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S, 레퍼런스폰[각주:8]인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S2, 갤럭시노트 등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단기간에 내놓았습니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개발 레이스였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여러 종류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맹추격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목표가 아이폰이다 보니, 당연히 기능들이 아이폰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준은 아이폰이었고, 아이폰에서 구현했던 혁신적인 디자인, 혁신적 운영체제, 혁신적 앱 생태계인 앱스토어, 혁신적인 기능이 가득했던 앱스토어의 앱들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거의 똑같이 카피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점점 '혁신'이라는 단어에 무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혁신'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과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혁신의 홍수 속에 살게 된 것이죠.

 삼성의 경우 자사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혁신'의 물결에 편승했고, 얼마전 출시된 갤럭시S3를 보면,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비약적인 향상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노트, 갤럭시S3에 와서야 삼성이 드디어 조금은 내노라 할 만한 디바이스를 출시했다고 봅니다. 이렇듯 다양한 회사가 아이폰을 향한 집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 회사의 연합진영인 안드로이드 진영의 발전 속도도 눈부시게 빨랐고, 애플 역시 방임할 수 만은 없었습니다. 애플도 고집을 꺾고 안드로이드가 가진 장점들을 일부 카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의 '알림센터' 입니다. 안드로이드에만 있던 기능인 알림바notification bar 기능을 카피한 사례죠[각주:9]. 이렇게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을 따라, 아이폰은 안드로이드폰을 따라, 서로를 참고하고 모방하며 수년 째 피튀기는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시대가 이렇게 급변하다 보니,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새로운 디바이스를 출시할 때 마다 '혁신'을 외쳤습니다. 실제로 놀라운 기능들도 많이 개발되었고, 기존에 있던 기능들을 살짝 모양만 바꾼 꼼수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보이기에 신선하고 멋진, 새로운 기능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초창기라면 '대혁신'으로 여겨졌을 기능들이, 수많은 '혁신'이라는 단어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더이상 '대혁신'이 아닌 '소혁신'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제 아이폰5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혁신'이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애플은 스마트폰의 기준이 되는 디바이스이며, 안드로이드에서는 아직도, 아이폰의 등장 때 마다 두려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도 거듭된 판올림[각주:10]을 통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최근 젤리빈JellyBean[각주:11]에 이르러는 '비등하다'라고 여겨질 만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심미적인 면에서는 아이폰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거의' 근접했을 뿐입니다. 아직도 안드로이드 진영의 목표는 '타도 아이폰' 입니다. 지금의 아이폰5가 혁신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아마도 너무도 많은 혁신의 홍수 가운데에 혁신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간할 수 있는 잣대가 희미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지구상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아이폰 빠돌이가 아닙니다.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처음 구입했던 아이폰3Gs 이후 세 대 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져서 아이폰의 제한적 기능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안드로이드가 더 발전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부인할 수 없는 한가지 사실은, 아이폰이 제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좋은 기억이 남는 이유는, 애플과 아이폰의 강점이 소프트웨어에 치중한 것도, 하드웨어에 관심이 적은 것도 아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멋지게 하나로 만드는' 방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간략하게 소개했던 포브스의 기사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지금까지의 내 충고와는 달리, 나는 아마도 새로운 아이폰(아이폰5)을 살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폰5는 미치도록 근사할 것이다.” (“So for all my advice to the contrary, I may very well go for that new iPhone after all. After all, it’s going to be insanely great, right?”)




  1. 아이폰4는 디자인 특성상 안테나가 테두리를 감싸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따라서 아이폰4를 파지할 때 자연스럽게 안테나를 감싸고 쥐는 형태가 되는데, 이 때문에 안테나 수신율이 현저하게 감소된다는 여러 매체의 보도가 있었고,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아이폰4의 안테나 이슈가 불거졌다. 이것을 정치적 스캔들에 비유하여 '안테나 게이트'라 일컬었다. [본문으로]
  2. 옴니아1의 경우 광고 카피가 무려 '전지전능' 이었다. 지금의 삼성 스마트폰만 봐도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릴 했을까.. 싶다. [본문으로]
  3. 사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앤디 루빈이 구글보다 먼저 접촉했던 업체는 삼성이었다. '옴니아' 시절의 삼성을 보면 놀랍지도 않다. [본문으로]
  4.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을 말한다. [본문으로]
  5. KT가 '금단의 사과를 먹었다'고 언론이 보도할 만큼 아이폰3Gs의 출시는 파격적이었다. 실제로 KT에서 아이폰3Gs를 팔면 남는 돈이 1만원 전후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을 정도였다. [본문으로]
  6. 안드로이드 최초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Nexus One의 제조사. 이후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본문으로]
  7. 모토로라는 최근 구글에 인수되었다. [본문으로]
  8. 구글에서 디자인하고 삼성에서 제작한, 안드로이드의 표준이 되는 스마트폰이다. 이후에도 삼성은 갤럭시 넥서스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을 생산한다. [본문으로]
  9. 서로의 장점을 카피하고 단점에서 배우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다. 업계에서는 서로를 카피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술적 발전이 촉진되는 선순환이라고 본다. 서로간의 암묵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0. 업데이트 [본문으로]
  11. 가장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인 4.1 버전의 프로젝트명이 젤리빈JellyBean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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